선비도 자기가 넣어 주는 그 종이를 보고 똑똑한 선비가 되었으면…… 하였다. 과거와 같이 온순하고 예쁘기만 한 선비가 되지 말고 한 보 나아가서 씩씩하고도 지독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였다. 그때에야말로 자기가 믿을 수 있고 같이 걸어갈 수가 있는 선비일 것이라…… 하였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며 걸었다. 인간이란 그가 속하여 있는 계급을 명확히 알아야 하고, 동시에 인간사회의 역사적 발전을 위하여 투쟁하는 인간이야말로 참다운 인간이라는 신철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하였다. - 출처 : 공유마당, <인간 문제> 1934.
어머니와 딸
손길을 통하여 바라다보니 샛노란 망망꽃이 풀포기에 숨어 반만큼 배움하고 있다. “꺾어 주랴?” “응.” 그는 가만가만히 풀숲을 헤치고 꺾어다 주었다. 세인의 얼굴은 한층 더 둥그래 보였다. 파란 풀포기에 숨어 흐르는 흰 물줄기는 쭉 둘러싼 차돌 틈으로 졸졸 흐르고 있었다. 예쁜이는 그의 그림자를 물속에 던지며 바가지를 들여 밀었다. 퐁, 소리가 나자 눈달치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동이에 물을 채우고 나서 예쁜이는 한 모금 마신 후 돌아보며, “물 안 먹어?” 바가지를 들어 뵈었다. 세인은 그에게로 다가서며, “감구감구” 한다. 휘끈 돌아보다가 번개같이 웬 사람의 시선은 마주쳤다. 그는 머리를 푹 숙이고 얼른 동이를 이었다. - 출처 : 공유마당, <어머니와 딸> 1931.
어촌점묘
"작가로서의 사명이 뭐냐. 이 현실을 누구보다도 똑똑히 보고 해부해서 작품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나타내 보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냐. 예술이란 그 자체가 민중의 생활과 분리되는 데 무슨 가치가 있으랴." 그러자 차는 달려오므로 우리는 자동차에 올랐다. 차는 스르르 하고 사장을 달렸다. 무심히 보니 빨가숭이 어린것들이 해변가에 앉아서 게를 잡는 모양이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져 흰 물새들이 나란히 앉아서 역시 먹을 것을 찾는 모양. 어느덧 그 귀여운 것들은 까맣게 사라지고 바다와 청산이 핑핑 맴돌이를 진다. - 출처 : 공유마당, <어촌점묘(漁村點描)> 1935. 9. 1-6
원고료 이백원
K야, 너는 지금 상급 학교에 가게 되지 못한다고, 혹은 스위트 홈을 이루게 되지 못한다고 비관하느냐? 너의 그러한 비관이야말로 얼마나 값없는 비관 인가를 눈감고 가만히 생각해 보아라. 네가 만일 어떠한 기회로 잠깐 너의 이상 하는 바가 실현될지 모르나 그러나 그것은 잠깐이고 너는 또다시 대중과 같은 그러한 처지에 서게 될 터이니 너는 그때에는 그만 자살하려느냐. K야, 너는 책상 위에서 배운 그 지식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이제야말로 실천으로 말미암아 참된 지식을 얻어야 할 때이다. 그리하여 너는 오직 너의 사회적 가치(社會的價値)를 향상함에 힘써야 한다. 이 사회적 가치를 떠난 그야말로 교환가치(交換價値)를 향상함에만 몰두한다면 너는 낙오자요 퇴패자이다. 이것은 결코 너를 상품 시 혹은 물건 시 하는 데서 하는 말이 아니요, 사람이란 인격상 취하는 방면도 이러한 두 방면이 있다는 것을 네게 알려주고자 함이다. - 출처 : 공유마당, <원고료 이백원>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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